안녕하세요, 사라진 보물 상자와 검은 발자국의 번역을 맡은 박윤혁입니다.
전 한국에서 유치원을 졸업하고 때마침 베트남으로 발령이 나신 아버지 덕분에 입학한 국제학교에서 처음으로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그날의 책을 다 함께 앵무새처럼 낭독하고, 짬이 날 때마다 도서관에 가서 무슨 말인지 잘 이해도 못 하는 만화책과 그림책에 몰입하던 일상의 추억이 아련하네요. 친구들과 피구를 하다가 바람이 잘 드는 도서관 구석에서 캘빈과 홉스 만화책과 닥터 수스 그림책을 펼쳐 읽던 당시의 제 설렘이 어린 독자분들에게도 전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와 소리 내 읽는 맛과 아이 본인이 별 생각 없이 집어 읽는 재미를 둘 다 잡는 글!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게 술술 읽히지만, 학습은 또 확실하게 되는 글! 원작자분이 의도한 느낌을 살리는 동시에 영어 본연의 매력을 십분 살려낸 글! 가벼운 첫인상과는 달리 까면 깔수록 심오한 사회비판과 형이상학적 진리가 모습을 드러내는 글? 등 작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장대한 포부를 여럿 품고 있었는데 과연 저 거창한 목표 중에 달성한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창작 문학은 제가 개인적으로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는 분야인데요, 잠시 한국에 들어와 외고에 재학할 당시엔 학우들을 대상으로 한 추리 소설을 나름 절찬리에 연재했고(당시 김전일에 미쳐있었죠), 군 시절엔 익명으로 초소 컴퓨터에 부대원들과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추리 소설을(당시 코난에 미쳐있었습니다) 몰래 연재한 적도 있습니다. 중대장이 범인이었다는 반전이 밝혀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연쇄 연재범을 색출해내려고 중대장님이 정신교육을 소집했던 적도 있죠. 그러다가 대학 시절 창작문학을 전공하며 소소하게 수상도 해보고 기고한 글이 실리는 경험도 하면서 제 잘난 맛에 자기만족만을 위한 글에 심취하고 있었는데 이번 프로젝트 덕분에 참 오랜만에 글을 읽는 독자분들을 생각하며 작업을 한 것 같습니다.
번역에 몸을 내던지기로 결심을 다질 당시만 해도 네뷸러상, 휴고상, 아서 클라크상,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부문을 싹쓸이할 숨겨진 대작들을 발굴해내어 세계와 이어주는 제 모습을 상상하며 시시덕거렸었는데 반 십 년 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문학 빼고는 안 만진 분야가 없더군요(작가님들 콜미콜미). 그래서인지 더욱 소중하게 와 닿은 기회였습니다. 여러 능력자분들과의 협업을 통해 느낀 점도, 배운 것도 참 많았고요. 저희 작품이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
이메일 idwisid@me.com
'꿈을 짓는 작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가 인터뷰 - 그린희 (0) | 2022.02.19 |
---|---|
작가 인터뷰 - 백일홍 (0) | 2022.02.07 |
작가 인터뷰 - 이미향 (0) | 2022.01.29 |
함께한 작가들을 소개합니다 (0) | 2022.01.25 |
우연의 인연으로... (0) | 2022.01.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