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꿈을 짓는 작가들

작가 인터뷰 - 이미향

by 이미향 2022. 1. 29.

이미향 사진 하얀 정장 우아한 미소

 

Q.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자면?

어쩌다 번역가, 어쩌다 에디터, 마음은 자유로운 여행가

 

Q. 참여한 작품은 무엇인가요?

<싯다르타야, 찾았니?> <사라진 보물 상자와 검은 발자국> 두 작품의 한국어 버전, 영어 버전, 영한대역 버전 기획을 맡았습니다.

 

Q. 책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원래 출판과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 꾸준히 해 오던 전업(번역)을 활용해, 육아와 병행 가능한 일감을 찾으려던,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서 시작했습니다. 이번 책이 첫 기획 작품입니다.

 

Q.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작가들끼리 모여 책을 만들었다고 하셨는데 사실 혼자서 책을 내기도 쉽지 않거든요.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고 작가들은 어떤 경로로 함께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이 모든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기획하고 이끌어 나간 핵심 인물이 되었으니 아마 외부에서 보기에는 제가 큰 뜻을 품고 인맥을 모아 진행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죠. 출판을 통해 모든 이들에게 패시브 인컴passive income 수익, 차후 프리랜서 활동에 도움이 될 경력 등의 혜택을 누리게 하겠다는 포부가 있어야 하고, 프로젝트를 이끌고 나갈 추진력과 확신이 있어야 할 겁니다. 물론 다양한 인맥도 필요하고 출판과 관련된 해박한 지식도 있어야 합니다. 원래 이 모든 것을 갖춘 기획자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기획자의 권유로 팀에 들어가 활동하게 되었고요. 거기서 이 모든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역할이 있었고 저는 아동책 기획을 맡았습니다. 번역가라는 직군과 디자이너 직군은 높은 수준의 지적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열정페이를 면하지 못한다는 면에서 비슷한 처지에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책을 만들고 판다는 새 경로를 만드는 것이 당장 이 업계에 큰 변화를 끌어내지는 못하겠지만, 자가 출판의 성공 사례 하나가 시작하는 분들에게 작은 희망이나마 드릴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저의 믿음이야 이렇듯 거창하고 순수한데, 알고 보니 기획자는 순수하지 못했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출판만 눈앞에 둔 상황에서 막상 그들이 들이민 계약서를 보니…… 역시 구관이 명관이더군요. 선배들의 경험 출판 계약 시 유의 사항목록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우리끼리 공평한 번역 문화, 출판문화, 디자이너 문화를 만든다는 것은 우리 개미들의 소원일 뿐 모든 것을 갖춘 기획자는 그것이 아쉬울 이유가 없었고 우리를 통해 이득을 최대한 추구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들은 그런 것을 얻을 수 있는 위치니까요. 여기서부터 저는 수많은 밤을 하얗게 새며 제게 필요한 지식을 습득했고 의구심을 확신으로 탈바꿈하는, 아니 탈바꿈해야만 하는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어떻게 여기서 멈추겠습니까? 모든 것이 눈앞에 있는데요! 인맥을 얻었고 소스를 얻었으니 지식확신’, ‘추진력만 있으면 되죠.

우리의 여정은 아직도 그 과정 중에 있습니다. 우리의 책이 많은 분들에게 읽힐 그날을 향해 아직도 달려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야기가 많은 분들에게 기쁨을 될 날을, 우리의 그림이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줄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날까지 저는 계속 이 경로를 탐구해 보려 합니다.

 

Q. 이미향 에디터님 말씀처럼 두 책에서 모두 작가님들의 열정와 재치가 엿보입니다. 에디터님에게는 아동책 기획이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두 책 모두 세련되고 아이들의 감성을 잘 표현하고 있어요. 아동 도서와 인연이 따로 있는지요?

누구나 갖고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저도 갖고 있지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세상 제일 행복한 순간 말입니다.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무척 좋아하던 아이 덕분에 아동책을 읽어준 기간만 13 (둘째 덕분에 현재도 진행형), 읽은 책이 수천 권. 이제 스토리텔링의 달인이 됐다랄까요? 제가 어릴 적 읽은 책은 또 별개의 수천 권. 말해 뭣해요? 저는 책을 너무 좋아해서 서점에 절대 안 갑니다. 서점 책을 모조리 떠메고 올 것 같아서요. 풍부한 인풋input 덕분인지 글쓰기의 구성과 표현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옵니다. 하지만 구성과 기획이란 것은 그저 기술에 불과하죠. 저의 기획을 아름답고 유익한 동화로 바꾸어준 분들은 바로 글작가님들과 그림작가들입니다. 제가 제시한 기획을 잘 이해하고 충실히 따르면서 본인의 역량을 십분 발휘해 그림 같은 동화를 만들어 주셨어요. 그림은 아름답고 글은 아이 수준에 맞게,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말맛이 살아나게, 내용은 쉬우면서도 뜻깊게 그렇게 감동을 일으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지어 주셨습니다. 아름다운 동화에 감동하고 수많은 이야기 속에 빠져 있던 사람이 저만은 아니었지요. 이런 실력자들을 만난 것이 제게 정말 큰 복입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독자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주신다면 우리에게 그보다 더 큰 기쁨과 보람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 책을 선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번역가 및 창작가들에게 근로자의 길을 선택했다면 이보다 더 안정적인 삶이었을지 모릅니다. 프리랜서의 삶이란 오랜 기다림과 불확실한 미래와 감정의 기복을 견뎌야 하는 일상의 연속이죠. 하루하루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느긋한 기다림과 창작의 기쁨이란 소확행에 집중하세요. 이 길에도 빛이 보이더이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작은 실천을 고민하고 하나씩만 실행해 주세요. 우리 다음 세대는, 아니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라도 그 실천 덕분에 좀 더 나은 세상이 올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게 작가들에게 공정을 되돌려 주세요. 작가들과 윈윈하는 전략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모두가 살아남는 최선임을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이메일 janwoul@daum.net

'꿈을 짓는 작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가 인터뷰 - 그린희  (0) 2022.02.19
작가 인터뷰 - 백일홍  (0) 2022.02.07
작가 인터뷰 - 박윤혁  (0) 2022.02.03
함께한 작가들을 소개합니다  (0) 2022.01.25
우연의 인연으로...  (0) 2022.01.2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