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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세계 고찰

기술번역 요율, 업계 구조와 접목해 분석하기

by 이미향 2022. 2. 19.

기술 번역 요율을 업계 구조와 접목해 설명하고 높은 요율을 얻는 방법을 알아보려 합니다. 물론 제가 기술 번역 전문이 아니라 자세히 모르는 부분도 많습니다. 제가 알음알음 파악한 정도로도 입문자분께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풀어봅니다.

번역 초창기 요율 정보를 알아보려고 무차별 수집을 했던 글들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 2010년 평균이 영한 워드당 3센트(30원), 한영 워드당 6센트가 시장 평균가였다.
  • 아주 특이하게 높은 케이스로 영국에서 워드당 8펜스(120원).
  • 해외는 워드당 0.12USD가 평균.
  • 중국, 인도 낮은 단가가 50~60원이다.
  • 해외 업체 최소 금액이 80원이다.
  • 영한 0.15USD는 번역가가 바라는 꿈의 단가다.
  • 워드당 50원은 착취다.
  • USD도 찾기 힘들다.
  • 국내 50원 이상은 하늘의 별따기. 영한 40원 35원도 잘 받는 것.
  • 해외는 6센트가 평균이다.
  • 10년차인데 영한 50원 한영 80원.
  • 기술번역으로 국내업체에서도 한영은 100원 이상 받습니다????

10센트=0.1 USD=120원 정도 되죠. 기준은 모두 소스 워드당입니다.

 

혼란의 도가니였습니다.

'도대체 평균이 어디인 거지? 6센트? 10센트?'

'국내 40원이 잘 받는 거라는 거야? 착취라는 거야?'

'10년차가 한영 80원이면 100원 이상은 몇십년차여야 해?'

'해외에서 0.12 USD를 받을 수 있다는 거야, 못 받는다는 거야?'

 

왜 이렇게 의견이 분분한지 이제 대략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몇십년차가 되어야 높은 요율을 받을 수 있는지도 알려드릴 수 있겠습니다.

 

번역 업계는 요율이 천차만별인 세상입니다. 해외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도 예외가 아니지요. 대략 피라미드 구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를 크게 세 층으로 나누어 요율 높은 곳을 1, 중간을 2, 가장 아래를 3층으로 구분하면

 

  • 1층: 0.12USD 이상. 일감 수가 적다. 고품질 번역가가 상주한다. 저품질은 발도 들이지 못한다.
  • 2층: 0.04~0.06USD. 일감이 꾸준히 있는 편. 고품질과 저품질 번역가가 동시에 있다.
  • 3층: 0.03USD 이하. 일감이 아주 많다. 고품질과 저품질 번역가가 동시에 있다. 2층보다 저품질이 많고 입문자도 많다.

국내는 각 층마다 위 금액에서 조금 더 깎일 것 같습니다.

 

예상하다시피 3층은 진입 장벽이 가장 낮습니다. 그래서 입문자가 많고 공고도 많습니다. 금액이 적지만 공고가 많으니 일이 없는 번역가 입장에선 어떻게든 이거라도 얻어보려고 발버둥칩니다. (그런 서글픈 현실)

 

2층은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번역가가 있습니다.  실력 좋은 번역가도 많습니다. 다들 1층에서 일하고 싶지만 1층 일이 많지 않고 진입이 어려워서 2층에 머물게 되죠. 그러니까 요율 좋은 일감은 드문드문 들어오는데 그거 바라보고 있다간 굶기 십상이니까 요율 떨어져도 당장 눈앞에 있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죠. 어쨌든 그래서 4~6센트가 평균이란 말이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1층으로 진입해 본 사람들은 그제야 지금껏 받았던 금액이 착취와 쓰레기임을 깨닫게 됩니다. 여기 평균은 0.1~0.12USD고 프리미엄 붙으면 1.5~2배도 가능하죠. 이들에게 4~6센트는 착취가 됩니다.

 

2층에서 머물며 1층 시장을 제대로 보지 못한 분들에게는 0.12USD가 특이하게 높은 케이스가 되고 2층에서 10 20년 머물면 20년 경력차도 2층 요율만 받습니다. 경력 3년차라도 1층으로 진입하면 바로 0.12USD 이상을 받는 것이죠. 그러니 어느 시장에 있느냐가 본인의 경험이 되고 평균이 됩니다. '그럼 어떻게 1층으로 진입해요?'라는 질문이 생길 텐데 이건 이따 설명하고 일을 의뢰하는 기업 입장을 살펴볼게요.

 

세상 수많은 - 번역이 필요한 - 기업들은 어느 층을 선호할까요? 물론 1, 2, 3층 모두 고객이 있으니 3층으로 나뉘어 있겠죠. 품질은 타협 가능하고 저렴한 가격이 중요하다면 3층을 찾을 겁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품질을 타협할 수 없는 내용도 있습니다. 법률 문서, 논문 같은 게 대표적인 예겠죠. 그런 기업은 1층을 찾습니다. 여기서는 품질이 좋을수록 번역가에게 유리하고 능력에 따라 아주 높은 요율도 가능합니다. 제가 아는 번역가가 대략 본인의 연수입을 공개했는데 한영 의료 관련 논문 번역만 전문으로 하십니다. 추정컨대 워드당 0.2USD는 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기업은 품질과 금액 사이에서 저울질할 겁니다. 그래서 2층이 제격입니다. 왜냐하면 여기에서 잘만 고르면 실력 좋은 번역가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대략 1층으로 진입하는 방법이 나왔습니다. 1층을 찾는 기업의 니즈를 충족해 주면 됩니다. 혹은 번역의 전문화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아니 사실 꼭 1층까지 안 가더라고 2층 꼭대기에만 올라도 어느 정도 먹고살만은 할 것 같아요. 최소한 '고노동 저임금'에 시달리는 번역가는 아니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 방법을 자세히는 모릅니다. 모든 번역 분야를 경험해 본 것이 아니니까요. 제 생각엔 번역 필드별로, 시장별로, 기업별로, 번역 특성별로 아주 다양한 방법이 존재할 것 같습니다. 대충 제가 보고 경험한 걸 나열해 보겠습니다. 그 외 방법은 개개인 번역가가 직접 시장과 부딪치면서 찾는 게 답일 것 같습니다.

 

영상 업계에서는 번역보다 QC, QA (감수 및 품질관리) 일이 시급으로 따지면 효율이 더 좋습니다. 그래서 QC만 맡는 방법이 있죠. 물론 QC 중에서도 넷플릭스 QC가 최고고요. 넷플릭스 일을 하는 QC가 아니라 넷플릭스 소속 QC를 말합니다. 제가 앞선 포스팅에서 영상번역은 다른 일과 병행하지 않으면 밥벌이가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번역 필드를 넓히라고 했죠. 거기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봤던 분은 기술번역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영상번역, 통역, Creative writing을 병행합니다. 영상번역도 넷플릭스 QC, 그중에서도 팀장(lead reviewer)을 맡아요. 이러면 영상번역만으로도 좋은 요율이 나오죠. 또 어떤 분은 해외 에이전시 PM이나 코디네이터와 병행했고 또 어떤 분은 출판번역과 병행했습니다.

 

기술 번역 같은 경우 법률, 의학, 논문이 제일 어려울 거라고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첨에는 대부분 모든 분야를 전부 번역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위에서 말한 것처럼 특정 분야만을 특화하는 것도 고요율로 가는 방법이 되겠습니다.

 

좋은 에이전시나 대기업 일감을 만나는 것도 고요율을 얻을 수 있습니다. '누가 그걸 몰라요? 못 만나니 문제죠.' 맞습니다. 하하하!!! 하지만 제가 이 내용을 쓴 이유는 부지런히 경로를 찾아야 기회도 생기다는 거 알려드리고 싶어서예요. 제가 아는 어떤 번역가는 경력 15, 통역, 한러 번역, 러한 번역 다 가능한 실력자인데 국내 최고 요율!!! 워드당 100원을 받습니다. 해외 1층 평균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죠. 그러고는 몇년째 요율 동결이야푸념합니다. 그래서 '국내 시장은 그게 한계다. 더 받고 싶으면 해외로 나가라' 했습니다. '흐음~ 지금 오래 일하고 있는 업체가 있는데, 일도 꾸준히 들어오고, 먹고사는 데 별 지장 없고, 해외 에이전시는 거래해 본 적이 없어서 믿을만한지도 알 수 없고.... 새로 시작하려면 테스트도 봐야하고 그 수많은 귀찮음들..' 보통은 이렇게 생각을 하시는 것 같고 제가 위에서 말한 시장 구조도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사실 그러셔도 별 상관없죠. 번역가 개인의 선택입니다. 그래도 요율 좋은 기업을 만나면 일을 적게 하고도 지금보다 더 많이 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여하튼 부지런히 브레인스토밍하고 연결을 만들어놔야 좋은 기업과도 인연이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무턱대고 부지런히 발품 파는 거 아닙니다. 좋은 기업과 닿을 방법을 전략적으로 찾는 것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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