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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짓는 작가들/사라진 보물 상자와 검은 발자국

제작 과정 - <사라진 보물 상자와 검은 발자국> 박윤혁 편

by 이미향 2022. 2. 4.

안녕하세요, <사라진 보물 상자와 검은 발자국>번역을 담당한 박윤혁이라고 합니다. 번역업에 입문할 당시만 해도 샤프하게 옷을 차려입고 한산한 카페 한구석에서 전공을 십분 살려 유수한 문학 작품들을 번역하는 제 모습을 상상했는데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더군요. 기술 문서, 대학 논문, 웹사이트, , 인터뷰, 이메일 서신 등 온갖 프로젝트를 맡아봤지만 문학 쪽과는 연이 닿지 않고 있었는데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겠다, 이번 작품을 통해 늦게나마 첫걸음을 내딛게 된 것 같아서 너무 뿌듯합니다.

작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아보자면 대학 시절 아동 도서 강의를 수강한 것 외에는 이 나이대를 위한 글을 적은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 되겠네요. 아직 문해력, 어휘력이 성장 중인 젊은 독자층을 위해 적다 보니 사용할 수 있는 표현들이 많이 제한되기도 했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쉽게 적자니 내가 요즘 애들 수준을 너무 무시하는 건 아닌가?’ 혹은 좀 더 좋은 표현을 배울 기회 아닌가?’ 싶기도 해서 대립하는 내면의 목소리들 사이를 꾸준히 저울질하고 중재하며 작업을 했습니다.

홈스와 왓슨의 모험을 그린 재밌는 독서물은 물론이고 한글과 비교 대조하며 영어를 배울 수 있는(또는 vice versa) 알찬 학습물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고 싶었는데 과연 결과가 어땠을지는 읽어주시는 분들만이 아시겠네요

아무래도 전반적인 한국 아동의 영어 수준이 제겐 생소한 개념이다 보니 에디팅을 맡아주신 미향 님의 피드백이 많은 도움이 됐는데요, 먼저 미향 님이 보내주신 온라인 그림책 박물관 데이터베이스를 둘러보고 대충 이런 느낌으로 하면 되겠다!’라는 방향을 잡고 번역을 시작했던 기억이 나네요.

 

텍스트_방 안에 사람이 들어온 흔적이 보였어

사실 당시 가장 쓰고 싶었던 단어는 wooden prosthetic, leg도 아닌 해적물에서 애용하는 pegleg였습니다

 

당시 작업 방식을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요런 식으로 지문 후보를 보내고 가장 아이들이 읽기에 좋을 것 같은 표현을 미향 님과 함께 추려내거나,

텍스트_6년 전부터 알 수 없는 사람이

대사들은 전부 직접 연기하며 작업했습니다. 손부채질하며 심란한 메리의 대사를 읊던 게 엊그제 일 같네요

 

아예 완전히 다른 지문/표현을 여럿 포함하고 좀 더 심층적인 토론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결국은 what’s this? 로 정했습니다, 아이에게 읽어주시는 부모님들은 감정선을 잘 살려서 읽어주시길!

 

이 부분에서는 사실 To everyone’s surprise가 가장 자연스러울 것 같긴 했는데 직역이 아니다 보니 접근성을 헤치지는 않을까 해서 결국 제외한 기억이 나네요. 지금 생각해봐도 올바른 선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느 번역물이 안 그렇겠냐마는 시작할 때만 해도 쉽게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달리 여러모로 고민이 많이 들어간 첫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적으며 다시 둘러보고 있는데 고치고 싶은 부분이 또 보이기 시작하네요(이놈의 직업병). 당시 만족스럽게 작업했던 부분도 나중에 돌아보니 탐탁잖아서 고쳐 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요, 다음번에는 좀 더 제 스타일을 살려서 운율 있게, 감칠맛 나게 읽히는 글을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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